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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사모님

날마다 부활하는 아침입니다*

by 설익은사모 2021.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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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부활하는 아침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이웃에서 상여 하나가 나갔습니다.

 

이웃 어른이 중풍으로 쓰러진 지 일 주일여 만에 초상이 났거든요.

주위에서 '아이고 잘 되었지'~~ 그럽니다.

뭐가 잘된 일인지는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지요. 중풍으로 오래 앓아누워 있어봤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일터이고 거동이 불편한데 돌봐 줄 식구 변변찮으니 여러사람 편하게 세상 잘 떴다는 이야기인가요? 널 속에 누워야 인간사 걱정근심 훌훌 벗어던지고 떠날 수 있어 부럽다는건지.

그래도 떠나는 당사자에게 물어보면 또 무슨 말을 할런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말도 있던 걸.

 

인생을 아침에 돋아나는 풀에 비유했지요. 아침 안개와 같다고도 했어요.

영원세계에서의 우리 인생은 밤의 한 경점에 불과하다고 말씀하셨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들 젊은 청춘은 빛이 바래어지고 한 세대가 왔다 가면 또 한 세대가 오고, 세대가 오가는 것을 홍수가 나서 쓸어버림을 당하는 것과 같다고들 그러지요. 허망하게요.

사는게 암것도 아니야.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그리 힘 빼지 말라고, 사치스럽다고, 시간낭비하지 말라고.. 가난한 동네 가난한 삶 하나.. 기구한 나그네길을 청산하고 영원한 세계로 떠나가면서, 하염없이 후회하면서 가고 있는지 하루 왼종일 가슴 후벼파듯 비가 내립니다.
죽어 자신의 장례식에서 듣는 소리가 그 사람이 살아생전에 들을 소리라고 그러더군요. 면전에서, 평소에 들을 수 없었던 말, 죽어 관 속에 누워 듣는 기분, 과연 어떨까요?

 

오래 전 여름 청소년캠프때, 자신의 장례식 예행 연습을 한 적이 있었어요. (여름캠프때 많이 행하는 아이템입니다) 무명 소복 한 벌과 널판지를 짜서 만든 모형 관 하나, 그리고 아주 굵은 못 몇 개, 망치... 이런 소품들을 준비하고 아이들에게 자신의 유언장과 묘비명을 쓰게 합니다.

완전히 소등한 후에 촛불만 몇 개 켜 두고.. 여기까지는 장난처럼 줄레줄레 잘 따라합니다. 조용하고 슬픈 명상곡이 흐르고 이제 차례대로 한 명씩 관 속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진행자가 못을 박는 시늉으로 쾅! 쾅! 소리가 나게 망치로 박습니다. 자신의 죽음을 체험하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미리 써 놓고 들어간 유언장과 묘비명을 다른 친구가 읽어줍니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이 순간만큼은 무너지게 되어 있지요.

 

마지막 세상을 떠나는 데에도 철학이 있습니다.

연세 많아지면 자는 잠결에 갔으면.. 하고 바램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험한 꼴로 가고 싶지 않고, 깊은 병으로 오래오래 앓다가 가고 싶지 않고,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남아 있을 사람들 힘들지않게 챙겨주고 여유롭게 가고 싶기도 하구요. 죽음에 대해서 초연한 사람 그리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랜 신앙생활을 통해 수양이 잘 된 어르신들은 왠만큼 죽음에 대해서 초연해질 수 있고 노후가 참 평화롭습니다. 내세에 대한 소망이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분들을 뵐 땐 더불어 내 마음까지도 평안과 위로를 얻습니다.

나 역시 마지막 가는 길 추한 모습으로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 분께서 나에게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미리 주시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의 마지막 순간인 그 때와 그 장소를 알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항상 오늘이 나의 마지막 날인 줄로 알아야 할 이유이며,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살아야 할 이유인 것입니다.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이 남은 것 같지는 않지요?

 

요즘 부쩍 황망히 떠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많아 더욱 그렇게 느껴지나봅니다.

사랑하면서 살아요 우리. 나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길가에 이름없이 누운 풀들까지도.. 사랑해요. 욕심부리지 말지요 우리. 돈 명예 권세... 달려가면 달려갈수록 많이 가지면 가질수록 내 영혼의 피는 더욱 탁해지고, 마음은 마른 사막을 걷는 듯 숨 쉬기조차 버거울 것을.

 

연세 많으신 시어머니는 벌써 이십년도 더 들은 말인데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전에 항상 깨끗한 속옷으로 갈아입고 내일아침에 내가 일어날지 그대로 천국갈지 모른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매일 저녁에는 죽고

매일 아침에는 다시 살아나고......

반복되는 그날 그날이 부활의 아침입니다.

 

 

대구삼덕교회 모집사님이 10년전 신망애 교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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