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묵상 1
“성경 묵상의 목적은 지식이나 정보 습득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이 말씀을 통해 우리와 소통하고 우리를 인도하고 우리를 지배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읽고 해석하시도록 내어드리는 일입니다.”
이것이 제가 이해한 성경묵상입니다. 올해는 성도들이 모두 성경묵상을 하자고 하고 또 잘 하고 있느냐고 묻기만 했지 구체적으로 도와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면으로나마 몇 번에 걸쳐 제가 성경을 묵상하는 방법을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제 경험에서 좋은 아이디어를 얻으시면 좋겠고, 처음 하시는 분들은 자기에게 적합한 스타일을 찾으실 때까지는 제가 하는 대로 따라 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묵상의 이론은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릴께요. 어른들은 문법을 알아야 영어를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아이들을 보거나 우리가 우리 말을 배우는 걸 봐도 꼭 그런 건 아니 것 같습니다. 성경묵상도 그래요. 학교에서 한 텀 내내 설교 이론을 가르치고 다음 텀에 설교를 시키는데 하나도 그 이론대로 하시는 분이 없더군요. 다 자기들이 했던 방식대로 하고 조금씩 아이디어를 응용하는 정도에 그치더라구요. 저는 그게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우리는 적어도 성경묵상에 대해서는 초보자이기 때문에 실제부터 들어가 해본 후에 나중에 제가 20여년 간 묵상을 해온 걸 토대로 일반화 시킨 이론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성경묵상 강의를 안 하고 편하신 대로 묵상을 하시도록 2달 간 방치하였습니다. 제 꼼수가 맞았으면 좋겠네요.
그럼 한 두 번은 제가 묵상한 내용을 소개하겠습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내용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제가 한 것을 다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하실 때는 더욱 구체적이고 실제적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1) 3분 정도 기도하고 시작합니다.
겨우 3분! 실제 해보시면 겁나게 깁니다. 처음엔 한 15초 정도 간단히 했는데, 너무 형식적인 기도가 되더군요.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 오늘 하루를 열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그 순간 떠오르는 내 허물들을 아뢰고, 또 말씀을 보면서 기대하는 것들을 부탁하고, 좀더 진지하고 간절하게 본문을 읽기 위해 최소한 이 정도는 걸리더군요. 아마 더 걸리기도 할 겁니다.
오늘은 특별히, 옥스퍼드 교회 이명숙 집사님이 수술하시는 날입니다. 저는 물론이고 그분도 같은 본문을 묵상하시는데, 그분에게 메시지를 통해 더욱 더 큰 위로를 주시도록 기도하고 시작했지요. 제 친구가 생각나 더불어 기도드렸구요.
(2) 본문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히 두 번 읽습니다.
저는 개역성경이 익숙하지만, 새번역 성경으로 읽으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묵상은 성경 공부와는 다르기 때문에 심각하게 따져가면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중에 이론을 소개할 때 왜 그래야 하는지 제안할께요. 본문의 내용이 대체로 무엇인지만 파악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해도 전혀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태반일 겁니다. 당연하니 걱정하지 마시구요. 그냥 넘어가시면 됩니다. 읽다보면 다른 말씀보다 유독 마음에 와닿는 말씀도 만납니다. 그것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아마 자기 처지에 맞는 말씀일 경우 특히 그렇습니다. 의도적으로 말씀에 자기 상황을 집어넣어 읽으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그대로 받아들이셔도 좋을 듯 싶습니다. 그런 구절은 밑줄을 그으셔도 좋고, 매일성경 노트에 옮겨 적으셔도 좋습니다.
(3) 본문을 묵상합니다
묵상은 명상도 아니고 공부도 아닙니다. 이것은 말씀을 앞에 두고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입니다. 내가 말하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시간입니다. 하지만 경험하지 못하신 분들은 참 막연한 말로 들릴 것입니다. 말씀을 읽으실 때 책을 읽고 공부하듯 하기보다도 인격적인 하나님과 대화하는 식으로 말씀을 읽으시면 좋겠습니다. 꼭 한 절씩 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일성경에는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와 ‘내게 주시는 교훈이 무엇인가?’로 나누어져 있지만, 그걸 찾는 데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자칫 성경묵상이 아니라 성경공부가 되기 쉽습니다. 그냥 순서대로 해나가시는 걸 권합니다. 누가복음은 이야기(narrative)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읽어 가시면 됩니다.
오늘 본문인 누가복음 13:10-17을 예로 들어 제가 한 것을 더듬어 옮겨 볼께요.
A. 10-11절
“안식일에 한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에, 십 팔년 동안을 귀신들려 앓으며 꼬부라져 조금도 펴지 못하는 한 여자가 있더라.”
-회당에서 가르치신 예수님, 오늘도 주님이 친히 교수님들에게 같이하셔서 잘 알아듣도록 가르쳐 주십시오. 특히 Ethics 과목이 용어가 어려워 힘 드는데 도와주십시오.
-18년 동안이나 고생한 여인처럼 주님, 이 명숙 집사님도 두 가지 질병을 한꺼번에 얻어서 고생 많으십니다. 오늘 수술하시는데 주님이 도와주십시오.
-주님, 저에게도 이렇게 오랫동안 못 고친 영적인 만성질병은 없습니까? 아직도 다듬어지지 않은 ooo 성품들을 주님 고쳐주십시오.
-저희 교회에 새로 오신 분들이 몇 분 있습니다. 하나님을 모르고 살아서 굳어진 세상의 습관이나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제가 주일에 말씀을 전할 때 주님께서 그 매인 데서 놓임을 받아 건강한 하나님 자녀가 되게 해주십시오.
B. 12-13절
“예수께서 보시고 불러 이르시되,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하시고 안수하시매, 여자가 곧 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지라.”
-“여자여 네가 네 병에서 놓였다.” 하나님, 이 말씀을 이명숙 집사님에게 하십니까? 집사님이 하나님의 치유의 능력을 믿고 담대하게 수술실로 나아가도록 도와주십시오. 옥스퍼드 성도들과 레딩의 기도하는 성도들도 같이 이 말씀으로 위로를 받게 하십시오. 고맙습니다.
-예수님은 당시에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졌던 여자요, 그것도 병자를 외면하지 않으시고 먼저 불러 주셨군요. 주님, 제가 주님 앞에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실력이 있어서 뭔가를 잘 해야 한다고 잘못 생각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가 영적인 만성질병 때문에 주님 서운하게 해드릴 때가 많았는데도 절 이 아침에 또 불러서 만져 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도 주님 마음처럼, 교회에서 소외된 자가 없도록 잘 돌아보겠습니다. 노환준 형제에게 이번 주에 메일을 보내겠습니다. 이런 여인 같은 약한 분들을 위해 사역하시는 오사카의 최정석, 박회진, 가나이 목사님을 도와주세요.
-하나님, 상담을 받고 있는 친구가 그를 짓누르는 그 알 수 없는 무엇을 찾아서 정서적으로나 영적으로 참 자유함을 누리게 해주십시오.
-이 구원의 선언이 저희 공동체에 임하게 해주십시오. 교인들 개인적으로 나쁜 습관이 있다면 하나님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여전히 저희 공동체에도 관계가 어려워 적응하지 못하는 지체가 있습니다. 하나님 서로의 마음을 곧게 펴주십시오. 평생 길들여진 성품이어서 힘들지만, 주님, 당신이 만져서 고치시면 나을 수 있을줄 믿습니다.
-하나님, 이명숙 집사님이 이 일로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 증거하여 모든 분들이 그 모습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옵소서. 옥스퍼드 교회도 이 일로 일하여 오히려 하나님의 구체적인 인도하심을 보게 하옵소서.
C. 14절
“회당장이 예수께서 안식일에 병 고치시는 것을 분내어 무리에게 이르되 일할 날이 엿새가 있으니 그 동안에 와서 고침을 받을 것이요. 안식일에는 말 것이니라 하거늘”
-종교 지도자란 사람이 예수님을 더 몰라 보는군요. 안식일의 참 의미를 잘못 알고 있으니 저렇게 좋아해야 할 일에 분노하네요. 안식일은 하나님이 우리를 구별하여 구원하시어 영원한 안식을 주시는 분임을 보여주려고 주신 법인데, 이 사람은 문자만 붙잡고 있네요. 사람을 살리고 자비를 베푸시는 걸 보고 기뻐해야 할 날에 분노하다니요. 주님 저도 제 잘못된 지식과 또 인격이 되지 못한 지식 때문에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못 보고 교만해지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여인은 무려 18년 간의 고통에서 벗어났는데 이 회당장은 그런 걸 전혀 기뻐하지 않고 있네요. 예수님에 대한 시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무지 때문일까요? 아마 말씀을 잘 모르면 저도 다른 지도자를 통해 하나님이 큰 일 하시는 걸 보고도 좋아하고 영광을 돌리기는커녕 시기하겠지요? 조심할 부분입니다. 박강도사와 늘 잘 지내면서 사역하게 해주세요.
D. 15-16절
“주께서 대답하여 가라사대, 외식하는 자들아 너희가 각각 안식일에 자기의 소나 나귀나 마구에서 풀어내어 이끌고 가서 물을 먹이지 아니하느냐? 그러면 십 팔년 동안 사단에게 매인 바 된 이 아브라함의 딸을 안식일에 이 매임에서 푸는 것이 합당치 아니하냐?”
-자기에게 유익이 되는 짐승들의 갈증은 염려하면서 18년 동안 고생한 한 여인의 고통은 외면하는 저 이중성. 주님, 저에게 사랑이 있는 겁니까? 제 지식과 논리를 앞세우다 하나님이 사랑하신 사람들을 정죄하고 외면하는 차가운 지도자는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예수님은 그냥 육체의 질병만 고쳐주시려고 한 것이 아니라, ‘아브라함의 딸’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회복시켜 주셨군요. 주님, 제 친구나, 이 명숙 집사님도, 그리고 저희 교인들도 이런 구원의 은총을 맛보게 해주세요.
-주님, 저희 교인 중에 특히 ooo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매임이 있는 것 같은데, 도울 방도가 없겠습니까?
E. 17절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시매 모든 반대하는 자들은 부끄러워하고 온 무리는 그 하시는 모든 영광스러운 일을 기뻐하니라.”
-저도 주님이 하시는 일을 잘 알아보고 저도 이 기쁨에 참여하는 사람 되고 싶습니다.
-주님, 제가 오해를 사고 있는 일이 있는데, 제가 주님의 뜻을 거스리고 있다면 부끄러움을 당하더라도 잘 깨닫고 싶습니다.
-주님, 오늘도 저를 통해 영광스러운 일을 하시옵소서. 주님이 영광스러운 일을 하실 때 제가 잘 알아보도록 도와주세요.
(4) 기도하기
이렇게 묵상한 후 기도합니다. 사실 묵상하는 과정 자체가 기도였기 때문에 굳이 모든 내용을 다시 기도로 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친구와 이명숙 집사님을 위해서 기도했고, 오늘부터 시작하는 매일성경 집필자 수련회를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아주 평범해 보이지만, 이런 것이 습관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렸습니다. 제 방식이 생기는 것도 시간이 필요했구요. 이것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하나님과 하나님의 말씀과 상황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잡힌 묵상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글:박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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